안녕하세요. 꼰지입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네요. 영남이랑 제주도 쪽은 벌써 100mm 넘게 내린다는데 출퇴근길 다들 무사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하늘이 구멍 난 것처럼 흐리고 축축한 날에는 신기하게도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검색창에 비오는 날 음식을 치기 시작하더라고요. 한국인들의 이 지독한 식욕 유전자는 비만 오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게 틀림없습니다.
대체 왜 우리는 비만 오면 특정 메뉴가 미친 듯이 당기는 걸까요? 여기엔 나름대로 아주 흥미진진하고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더라고요.
비 오는 날 밀가루가 당기는 진짜 과학적인 이유
사실 빗소리를 들으면 우리 뇌가 알아서 반응하는 거래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전 반죽을 올릴 때 나는 지글지글한 소리 있잖아요?
그 소리가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랑 주파수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뇌가 빗소리를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아, 전 부치는 소리구나!” 하고 연상을 하는 거죠.
여기에 생체리듬의 비밀도 하나 더 숨어 있거든요. 비가 오면 해가 안 떠서 일조량이 확 줄어들잖아요. 그러면 우리 몸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은 늘어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로 기분이 괜히 가라앉고 꿀꿀해지는 건데, 이때 밀가루 속에 들어있는 아미노산과 비타민B 성분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준대요.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풀려고 밀가루 음식을 찾는 셈입니다.
몸이 알아서 힐링하려고 음식을 달라고 신호를 보내다니, 인간의 몸은 알수록 참 신기하지 않나요?
조상님들이 물려준 비오는 날 음식 DNA
이게 과학적인 이유만 있는 게 아니라 역사적인 배경도 꽤 쏠쏠합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경사회였잖아요.
근데 밀을 수확하는 시기가 마침 딱 7~8월 여름철이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비가 와서 밭일을 나가지 못하는 날, 집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흔한 식재료가 바로 밀가루였던 겁니다.
비 때문에 공치고 집에 갇힌 김에 이웃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막걸리에 부침개를 부쳐 먹던 조상님들의 관습이 내려온 거죠. 그게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DNA에 고스란히 박혀서 이어져 오는 겁니다.
[김 대리] 오늘 비도 오는데 저녁에 파전에 막걸리 한잔 어때요?
[이 과장] 역시 비 오는 날엔 전이지! 이따 퇴근하고 단골집으로 헤쳐 모여!
이런 대화가 회사마다 오가는 게 다 조상님들의 깊은 뜻이 담긴 유산이었다는 말씀입니다. 자, 그럼 오늘 저녁 메뉴 아직도 못 정해서 갈팡질팡하는 분들을 위해 각종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싹 모은 완벽한 메뉴 가이드를 대공개합니다.
1위. 파전 / 김치전
비오는 날 음식 하면 역시나 압도적인 부동의 1위는 전 종류입니다. 실제로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배달 앱이나 밀키트 매장에서 파전이랑 김치전 주문량이 평소보다 5배나 급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까요.
설문조사에서도 수제비랑 같이 공동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명실상부한 국민 대표 메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에 들어있는 황화아릴 성분이 몸의 혈액순환을 돕고 체온을 따뜻하게 올려주는 효과가 있어서, 으스스한 날씨에 기분 전환하기에 이만한 게 없더라고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전 끄트머리의 바삭한 식감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그날 하루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김치 팍팍 썰어 넣은 매콤한 김치전에 치즈 한 장 올리는 걸 참 좋아합니다.
출처 : 자체 제작
2위. 수제비 / 칼국수
파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메뉴는 바로 뜨끈한 수제비입니다. 멸치 육수 진하게 우려내서 감자 숭덩숭덩 썰어 넣고 손으로 뚝뚝 떼어 넣은 수제비는 그야말로 감동이죠.
쫄깃쫄깃한 밀가루 반죽을 씹는 맛과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이 비 오는 날 뚝 떨어진 체온을 아주 부드럽게 끌어올려 줍니다. 칼국수도 마찬가지로 인기가 엄청나게 치솟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기온이 살짝 떨어지면서 몸이 으슬으슬할 때, 칼칼한 겉절이 김치 하나 척 얹어서 뜨거운 국물 한 그릇 비워내면 온몸에 온기가 돌면서 속이 든든해지잖아요. 집에서 가족들이랑 밀가루 반죽 치대서 직접 만들어 먹으면 또 그만한 운치와 재미가 없더라고요.
3위. 라면
솔직히 이것저것 다 귀찮고 간편함의 끝판왕을 찾으신다면 결국 손이 가는 건 라면입니다. 비 오는 날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고, 배달시키자니 라이더분들께 미안하기도 하고 배달비도 아까울 때 싱크대 수납장을 열게 되죠.
창문에 타닥타닥 부딪히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양은냄비에 보글보글 끓여 먹는 라면의 감성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 요리도 절대 대체할 수 없습니다. 대파 송송 썰어 넣고 계란 탁 풀어서 면발을 후루룩 흡입하면 세상 부러울 게 없어집니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몸속을 뜨끈하게 채워주면서 포만감도 순식간에 높여주기 때문에, 날씨가 흐릴 때마다 검색량 상위권을 아주 굳건하게 유지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오늘 저녁에 찬밥까지 말아 먹으면 완벽한 코스 완성 가겠네요.
4위. 짬뽕
중식 배달 카테고리에서 비가 오는 날에 가장 압도적인 스코어를 자랑하는 메뉴는 단연 짬뽕입니다. 얼큰하고 칼칼하면서도 불맛이 싸하게 도는 붉은 국물이 비 오는 날 특유의 눅눅하고 다운된 기분을 확 날려주니까요.
특히 오징어랑 홍합이 잔뜩 들어간 해물짬뽕은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서 지친 직장인들에게 아주 훌륭한 처방전이 됩니다. 얼큰한 국물을 그릇째 들고 마시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몸이 확 풀리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고요.
비 오는 날에는 탕수육까지 세트로 시켜서 바삭함과 얼큰함을 동시에 즐기는 게 국룰인 거 다들 아시죠?
출처 : Say S. via Unsplash
5위. 치킨 + 맥주
치맥이라는 치트키 조합은 사실 사계절 내내 날씨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정답이긴 합니다. 하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유독 거실 소파에 대자로 누워서 넷플릭스 켜고 뜯는 치킨이 훨씬 더 달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눅눅한 바깥 날씨와 완벽하게 대비되는 치킨 옷의 파삭파삭한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거기에 목구멍을 찌릿하게 치고 내려가는 차가운 캔맥주 한 모금이면 세상 완벽한 소확행이 따로 없습니다.
실제로 배달 앱들의 소비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봐도, 비가 오는 날에 치킨 카테고리의 주문 밀도가 눈에 띄게 수직 상승한다고 하니 다들 생각하는 건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출처 : 자체 제작
6위. 국밥
오늘 저녁은 대충 때우기 싫고 정말 든든하게 한 끼 챙겨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무조건 국밥 골목으로 직진하셔야 합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다 못해 넘칠 듯이 나오는 순대국밥이나 소머리국밥, 혹은 깔끔한 콩나물국밥까지 다 좋습니다.
뜨거운 뚝배기 국물에 백미 밥 한 공기 훌훌 말아서 큼직하고 잘 익은 깍두기 하나 척 얹어 먹으면 포만감 면에서는 단연 으뜸입니다.
[손님] 여기 이모님, 국밥 하나 주시고 다대기랑 청양고추 좀 팍팍 주세요!
이렇게 주문해서 땀 뻘뻘 흘리며 한 그릇 뚝딱 비워내면, 으슬으슬했던 한기가 싸악 가시면서 온몸이 리프레시되는 기분이 듭니다. 이게 바로 한국인들을 지탱해 주는 진정한 소울푸드가 아닐까 싶네요.
7위. 떡볶이 / 어묵탕
학창 시절 비 오는 날 하굣길에 빗물 고인 길거리를 지나 포장마차 천막 안에서 호호 불며 먹던 그 감성, 다들 기억하시나요? 요즘은 워낙 밀키트가 잘 나와서 집에서도 10분이면 뚝딱 매콤달콤한 떡볶이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쌓이고 눅눅한 날에는 요 매운 떡볶이만 한 처방전이 또 없거든요. 여기에 뜨끈하고 짭조름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탕 국물 한 컵을 곁들이면 쌀쌀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튀김까지 국물에 콕 찍어 먹으면 금상첨화죠.
| 메뉴 | 추천 이유 | 찰떡궁합 사이드 |
|---|---|---|
| 파전 / 김치전 | 빗소리와 닮은 조리음, 세로토닌 충전 | 막걸리 |
| 수제비 / 칼국수 | 떨어진 체온을 올리는 뜨끈한 탄수화물 | 겉절이 김치 |
| 라면 | 귀찮음 해결, 최고의 가성비 감성 푸드 | 찬밥, 단무지 |
| 짬뽕 | 눅눅한 기분을 날리는 화끈한 불맛과 국물 | 찹쌀 탕수육 |
| 치맥 | 집콕하면서 즐기는 세상 편한 소확행 | 넷플릭스 |
| 국밥 | 포만감 최강, 소울을 채우는 든든한 한 끼 | 석박지, 청양고추 |
| 떡볶이 / 어묵탕 | 추억을 자극하는 매콤함과 뜨끈함의 조화 | 모둠 튀김, 순대 |
비 오는 날 먹기 딱 좋은 구성으로 표를 짜봤으니 한눈에 비교해 보시고 오늘 땡기는 녀석으로 골라보세요.
사실 오늘처럼 하늘에 구멍 난 듯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어떤 메뉴를 선택해서 먹어도 평소보다 배로 맛있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비라는 독특한 날씨 환경이 우리의 감성을 촉촉하게 자극하고, 그 촉촉해진 감성이 결국 식욕을 아주 기분 좋게 돋우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축축하고 가라앉는 날씨라고 너무 쳐져만 계시지 마시고, 오늘 저녁은 입맛 돌게 만드는 맛있는 비오는 날 음식 한 그릇 정성껏 대접하면서 스스로에게 힐링을 선물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맛있는 거 먹고 푹 자는 게 최고의 보약이니까요. 꼰지는 내일 또 핫하고 유익한 이슈로 찾아오겠습니다. 다들 빗길 조심하세요.